추악하기 때문에 고통스러웠다. 사랑과 선량이 왜곡되어 이런 잔혹으로 변할 수 있고, 가까운 사람일수록 사랑하는 사람일수록 더 서로를 괴롭히고 서로에게 정신적 혹형을 가하기 때문에 고통스러웠다. 또 이 고통이 무가치해 보이고 창조의 고통도 분투의 고통도 아니며, 심지어 피억압과 피착취의 고통도 아니기 때문에 고통스러웠다. 오랫동안 나는 이런 고통도 기록할 가치가 있다고는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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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바로 이 순간, 망각이란 불가능하거나 몹시 어려운 것임을 그는 알았다. 망각은 결코 진정한 위안을 주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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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구나 온 세상에 눈을 찌르는 하얀 빛이 가득찼고 여름의 태양은 그토록 남아돌았고 흘러넘쳤다. 너는 자기 입을 벌리지 못하는 것 같았다. 볼이 피곤해서인지 아니면 침이 풀로 변했기 때문인지는 몰라도 두 입술이 하나로 달라붙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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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낮에 한 세기를 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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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어떤 폐허에서 출발했는지를 아는 젊은이가 이제 거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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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사람을 부끄럽게 만드는 오래된 기억과 갑자기 마주치게 되자, 너는 꼭 오래된 시체를 바라보는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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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 저무는 소금땅, 모래땅에서 자기 목줄기를 찔러 붉은 피를 볼 수 있다면, 짠 비린내를 맡을 수 있다면, 극렬한 아픔을 느낄 수 있다면, 얼마간 즐거움이 있을지도 모르지. 우리 인생에서, 아직 매력을 잃지 않은 것은 '사(死)' 한 글자만이 유일한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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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우청은 환각 속에서 자기의 동맥을 잘랐다. 피가 없었고, 아프지 않았고, 검붉은 빛도 없었고, 철철 솟아나지도 않았고 줄줄 흐르지도 않았다. 그의 핏줄에서 흘러나온 것은 한 방울, 한 방울 흙탕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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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신인형 읽으면서 이 책 번역하신 분 존경하게 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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