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악하기 때문에 고통스러웠다. 사랑과 선량이 왜곡되어 이런 잔혹으로 변할  있고, 가까운 사람일수록 사랑하는 사람일수록  서로를 괴롭히고 서로에게 정신적 혹형을 가하기 때문에 고통스러웠다.   고통이 무가치해 보이고 창조의 고통도 분투의 고통도 아니며, 심지어 피억압과 피착취의 고통도 아니기 때문에 고통스러웠다. 오랫동안 나는 이런 고통도 기록할 가치가 있다고는 생각해  적이 없었다.

 

*

 

그러나 바로 이 순간, 망각이란 불가능하거나 몹시 어려운 것임을 그는 알았다. 망각은 결코 진정한 위안을 주지 못한다. 

 

*

 

더구나 온 세상에 눈을 찌르는 하얀 빛이 가득찼고 여름의 태양은 그토록 남아돌았고 흘러넘쳤다. 너는 자기 입을 벌리지 못하는 것 같았다. 볼이 피곤해서인지 아니면 침이 풀로 변했기 때문인지는 몰라도 두 입술이 하나로 달라붙었다. 

 

 

한 낮에 한 세기를 잤다.

 

*

 

우리가 어떤 폐허에서 출발했는지를 아는 젊은이가 이제 거의 없다. 

 

*

 

그러나 사람을 부끄럽게 만드는 오래된 기억과 갑자기 마주치게 되자, 너는 꼭 오래된 시체를 바라보는 것 같았다. 

 

*

 

해 저무는 소금땅, 모래땅에서 자기 목줄기를 찔러 붉은 피를 볼 수 있다면, 짠 비린내를 맡을 수 있다면, 극렬한 아픔을 느낄 수 있다면, 얼마간 즐거움이 있을지도 모르지. 우리 인생에서, 아직 매력을 잃지 않은 것은 '사()' 한 글자만이 유일한 것인가!

 

*

 

니우청은 환각 속에서 자기의 동맥을 잘랐다. 피가 없었고, 아프지 않았고, 검붉은 빛도 없었고, 철철 솟아나지도 않았고 줄줄 흐르지도 않았다. 그의 핏줄에서 흘러나온 것은 한 방울, 한 방울 흙탕물이었다!

 

***

 

변신인형 읽으면서 이 책 번역하신 분 존경하게 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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